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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제일 많이 나는 계절, 겨울이 됐습니다. 소방관들 출동할 일이 부쩍 늘어납니다. 그때 저 옷, 뜨거운 불과 열에서 몸을 지켜주는 방화복, 소방관들의 생명과도 같은 장비입니다. 그런데 넉 달 전부터 이 방화복 지급이 끊겼습니다. 3년에 한 번씩은 튼튼한 새 걸로 바꿔줘야 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옆에 사람 것 빌려 쓰고 그것도 안 되면 해진 것 그냥 입고 출동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남정민 기자 보도부터 보시죠.

<기자>

출동을 마친 소방관 김 모 씨.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장 먼저 하는 일, 그을음과 냄새가 밴 방화복 손빨래입니다.

[김 모 씨/소방관 : 말리려 놓자마자 출동이 걸려서 젖은 상태로 입고 나가는 일도 있었고….]

갈아입을 방화복이 없어서 솔질이나, 부분 세탁만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새 특수 방화복 지급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일선 소방서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화재 진압대원들은 특수방화복 2벌씩 갖춰야 하는데 옷이 부족하다 보니 하반기에 배치된 소방관들은 급한 대로 기존 대원들 옷을 한 벌씩 나눠 가졌습니다.

3년 사용연한이 지난 방화복 교체도 기약 없이 미뤄졌고 곧 현장 배치를 앞둔 소방관 1천4백 명은 방화복도 없이 교육 중입니다.

[이 모 씨/소방관 : 훼손되고 옷이 해져도 계속 입을 수밖에 없고…많이 화가 나죠. 생명과도 같은 신체 보호복인데, 이게 지급이 안 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방화복 입찰 관련 탁상행정의 결과입니다.

조달청은 올해부터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소방용 특수방화복 모두 2만 1천 벌을 발주했습니다.

A 업체가 전체의 86%, 70억 원대 물량을 따냈는데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8월부터 단 한 벌도 납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달에 조달청과 소방청, 관련 업체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기존 업체들 재고까지 끌어모았지만.

[소방청 관계자 : 당장 급한 부분은 한 7백여 벌 정도 해서 (재고) 구매한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현장엔 1만 7천 벌 가까이 부족합니다.

조달청은 업체들 탓만 할 뿐, 기다려보자며 느긋합니다.

[조달청 관계자 : 너무 치열한 경쟁을 하시는 거예요, 업체 분들께서. 계속 진행하고 있고, 일단 검사가 합격되면 하나하나 이제 납품은 이행되는 거죠.]

업체들의 공급 능력이나 경험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최저가 입찰로 예산 아끼고 절차도 지켰다는 식의 조달청 태도, 일선 소방관들에게는 매일 싸워야 하는 불길보다 더 분통 터지는 대상일지 모릅니다.

<앵커>

남정민 기자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Q. 방화복 지급 중단…왜 이런 일이?

[남정민 기자 : 네, 원래는 여러 업체가 공급해 왔는데 제조사 관리 문제를 이유로 조달청이 지금과 같은 최저가, 총액 입찰 방식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필요한 수량을 정하고 기준 단가의 80% 정도를 하한선으로 해서 가장 가깝게 써낸 업체 하나만 선정하는데 더 싸게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납품에 차질이 생기면 문제가 커집니다. 계획대로면 8월에 7천 벌, 9월에 7천 벌, 이렇게 순차적으로 공급됐어야 하는데 1차 납품분부터 품질 문제가 생기면서 전면 중단됐습니다. 조달청은 내년엔 원래대로 다수 공급자 계약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Q. 방화복 납품, 언제쯤 되나?

[남정민 기자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납품 완료까지 최소 5개월은 걸릴 것 같습니다. 업계 관계자 이야기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방화복 제조업체 관계자 : 5백 장 검사하는데 2, 3주인데…제작 일부 된 거 다시 검사 들어가고 다시 진행하고 하면 아무래도 한 5개월은 걸리겠죠.]

[남정민 기자 : 특수방화복은 전수 검사를 거쳐 KFI인증을 받아야 납품이 가능합니다. 한 번에 500벌씩 검사하는데 이게 최소 2~3주 정도 걸린다고 하니까 1만 8천 벌의 물량을 차례차례 제작하고 검사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Q. 납품 더 지연될 가능성은?

[남정민 기자 : 그렇습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됐을 때 다섯 달 정도 걸린 거란 예상입니다. 공교롭게도 내년 3월부터 방화복 규격이 바뀌기 때문에 재고 쌓일까봐, 다른 업체가 추가 제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제가 취재를 위해 만난 소방관께서 '수의'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소방관 안전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옷인 만큼 조달청 등의 좀 더 빠른 대처가 아쉽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설치환, 영상편집 : 박기덕)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068725&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